양식을 통일하라는 지시에, 양식이 필요 없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대표가 주관하는 월례 회의가 있었습니다. 전사 AI 과제를 점검하는 자리였습니다. 2026년 7월에 처음 운영했고 8월이 두 번째였습니다.

문제는 자료였습니다. 사업부마다 PPT나 Word로 각자 만들어 왔는데 관리하는 내용이 서로 달랐습니다. 꼭 있어야 할 항목이 빠진 자료도 있었습니다. 취합하는 IT 부서 입장에서는 매달 반복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양식을 통일하라."

합리적인 지시입니다. 양식이 같으면 비교가 되고 누락도 줄어듭니다. 저도 처음에는 양식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양식을 통일해도 안 풀리는 것

양식을 통일하면 무엇이 해결되는지 따져봤습니다.

항목 누락은 줄어듭니다. 비교도 조금 쉬워집니다. 그런데 취합은 여전히 사람이 합니다. 사업부에서 파일을 보내고, IT 부서가 받아서 하나로 합치고, 합치면서 오류를 잡고, 회의 전날 밤에 마무리합니다. 다음 달에 또 합니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것이 남습니다. 양식이 같아져도 각자는 여전히 자기 문서만 봅니다.

회의의 목적을 보니 답이 달랐습니다

이 회의에서 실제로 무엇을 다루는지 다시 봤습니다.

  • 어느 과제를 지원할지 정하는 것
  • 다른 사업부는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아는 것
  • 잘 되는 곳의 방식을 가져오는 것
  • 어떻게 더 활성화할지 논의하는 것

네 가지 중 세 가지가 서로를 보는 일입니다. 이 회의의 목적 자체가 그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서는 각자 쓰는 도구입니다. 자기 파일을 열고 자기 내용을 쓰고 제출합니다. 다른 사업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회의 자리에서 발표를 들을 때 알게 됩니다. 그것도 그 순간에만 알고 넘어갑니다.

도구가 목적을 배반하고 있었습니다. 양식을 통일하는 것은 이 모순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양식을 만들지 않고 양식이 필요 없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2주가 걸렸습니다

지난 글에서 쓴 ITSM 다음이 이 시스템이었습니다. 한 번 해본 경험이 있으니 두 번째는 빨랐습니다. 2주에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도구를 세 개 함께 썼습니다. ChatGPT, Cursor, Claude를 용도에 따라 나눠 썼습니다. 하나로만 하지 않은 것이 결과에 영향이 있었습니다.

담은 것은 이렇습니다.

  • 등록부터 평가·시상까지 전 과정 — 과제를 올리고, 진행 상태를 갱신하고, 분기별로 평가하는 흐름을 한 시스템에서 처리합니다.
  • 사업부별 진행 단계 비교 — 어느 사업부가 어느 단계에 몇 건 있는지가 한 화면에 나옵니다.
  • AI가 등록 초안을 제안 — 과제 내용을 대략 쓰면 AI가 정리된 초안을 만들어줍니다.

세 번째 기능이 핵심이었습니다

등록 초안을 AI가 제안하게 만든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시스템을 만들어도 사람들이 등록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등록하지 않는 이유는 대개 게으름이 아니라 부담입니다. 빈 화면에 항목이 여덟 개 있으면 나중에 하자는 생각이 듭니다.

등록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 시스템은 처음에는 일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득은 회의를 준비하는 쪽과 전체를 보는 쪽에 갑니다. 이 어긋남을 줄이지 않으면 데이터가 안 모입니다.

그래서 등록 부담을 낮추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결과는 2주 만에 60건이었습니다. 지금은 71건입니다.

문서 없이 회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회의를 시스템으로 진행했습니다. 자료를 만들지 않고 화면을 띄워놓고 했습니다. 회사에서 처음이었습니다.

달라진 것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취합이 사라졌습니다. 회의 전날 파일을 모으고 합치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데이터는 이미 그 안에 있습니다.

서로가 보입니다. 이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자기 사업부 과제를 등록하면서 옆 사업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같은 화면에서 보게 됩니다. 회의 자리에서만이 아니라 평소에 봅니다. "저기서 하는 방식을 가져오자"는 이야기가 회의 밖에서 나오기 시작합니다.

현재 상태를 봅니다. 문서는 만든 시점의 상태입니다. 회의 때 보는 것은 며칠 전 상태입니다. 시스템은 지금 상태를 보여줍니다.

지시를 수행하는 것과 지시의 목적을 수행하는 것

지시는 "양식을 통일하라"였습니다. 결과물은 양식이 아니었습니다.

지시를 문자대로 수행했다면 양식 파일 하나를 만들어 배포했을 것입니다. 그것도 지시 이행입니다. 그리고 다음 달에 같은 문제가 다시 올라왔을 것입니다.

지시가 나온 이유를 보면 다른 것이 필요했습니다. 자료가 제각각이어서 전체가 안 보인다는 것이 문제였고, 그렇다면 전체가 보이게 만드는 것이 답이었습니다. 양식은 그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고, 마침 그중 효과가 약한 쪽이었습니다.

이런 판단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도구 덕분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몇 달과 수천만 원이 들었으니, 양식을 통일하는 것이 현실적인 유일한 답이었습니다. 2주에 만들 수 있게 되니 선택지가 늘어난 것입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바뀌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바뀝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방식을 팀 전체로 넓힌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과제를 배분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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